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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에 대한 관심



10년 가까이 알집부터 알약까지 2000 만 명이 넘게 쓰는 제품을 만들면서 일관되게 고민한 가치는 '편리함' 이었습니다.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커다란 '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몇 단계 뛰어 넘는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찾아 걸러내고 그 곳에 '편리함'이란 가치를 입혀내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우리 주변의 불편함이란, 일이 진행되는 순서(work process), 물건이 생긴 형태와 작동 방식(User interface), 생각하는 습관 (intuitive) 등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여 개선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영어로 된 어려운 압축프로그램을 한글로 개발한 '알집', 웹서핑을 할 때 필수적인 작업들을 쉽게 사용하게 해주는 '알툴바',  유료였던 백신 프로그램을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무료화한 '알약' 등은 모두 '불편함'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편리한' 제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개방형 포털 'zum'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낀 불편한 점,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인터넷을 하면서 느끼시는 어려움, 주변에서 호소하는 불편함에 대한 ‘관심’이 서비스를 기획하는 하나하나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가치를 담아낸다면 기존의 포털과 차별화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이것이 ‘zum’이라는 서비스로 구체화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포털'은?

인터넷은 커다란 혁신이었고 생각지 못한 속도로 우리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인터넷이 우리 삶에 적합한 환경이 되도록 도와준 것은 '포털'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포털'은 문자 그대로 인터넷 '관문'으로써 우리가 인터넷을 시작할 때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막막한 바다에서의 나침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식인이나 통합검색과 같이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검색을 성공시켰고 한국인에게 딱 맞는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한국형 '포털'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포털은 불편합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포털은 인터넷 ‘관문’의 역할을 넘어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포털의 시작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보고, 메일을 확인하며, 카페에 가서 새글을 확인하고, 블로그에서 맛집도 찾으며, 쇼핑도 합니다. 이렇게 포털은 우리 삶에 중요한 단면으로써 좋은 역할을 해 주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부분을 스스로 포괄하려다 보니 수많은 접점에서 발생하는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불편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넷 관문으로서(시작페이지)의 포털.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인터넷브라우저의 시작페이지로 포털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를 켜서 시작페이지의 뉴스를 보고, 메일을 확인하며, 검색을 합니다. 때로는 심심해서 브라우저를 켜고 가십기사들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새 시작페이지의 뉴스는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클릭해서 사이트로 이동해 뉴스를 보고 있자면 임플란트나 성인 광고들로 온통 도배된 기사를 집중해서 읽기란 여간 고역스럽지 않습니다.

또, 사용자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시작페이지의 상단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인터넷 공간이라고 불리는 광고가 자리잡고 있고, 첫 페이지를 꾸미는 다양한 정보들은 그것이 가리키는 정보페이지로 즉시 이동하지 않습니다. 이는 광고매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검색량을 늘리기 위해 검색결과 페이지를 한 번 더 거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검색으로서의 포털.


언젠가부터 국내 포털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부의 원본글 보다는 자사 서비스에 스크랩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논쟁의  핵심입니다. 자사의 서비스 사용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영향력이 현실에 대한 왜곡을 만들어 낸다면 이러한 갈등을 해소할 새로운 검색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인터넷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포털.

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은 대부분 포털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쉽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포털을 벗어나, 다양하고 자기 분야에 경쟁력 있는 서비스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우리의 인터넷 세상에는 외국처럼 경쟁력 있는 전문적인 중소사이트가 적을까? 저는 이것이 단지 우리나라의 인터넷 시장이 작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웹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은 다양한 구성요소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히고 섥혀 있는 하나의 생태계 입니다. 그리고 그 안의 구성요소가 다양해지고 경쟁력 있게 자립할 수 있을 때 건강한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터넷 생태계에는 포털이라는 강력한 포식자가 존재하고 이 포식자로 인해 중소사이트들이 살아남기가 매우 버겁습니다. 포털이 많은 것을 제공하지만 이로 인해 사용자들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 편리한 인터넷'을 위해


‘zum’은 이렇게 기존의 포털이 무엇이 ‘불편한’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개방’이라는 가치를 얹어 더 편리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zum’은 광고 없는 뉴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뉴스를 시작페이지에 담았습니다. 또 시작페이지를 ‘개방’하여 내가 보고 싶은 정보와 자주가는 사이트를 사용자가 쉽게 추가하여(그러면서도 느려지지 않게!) 더 편리하게 시작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zum’의 검색결과에는 ‘zum.com’이 아닌 외부로 향하는 링크가 가득합니다. 원본글이 어느 사이트에 있든 최대한 검색 결과에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나가수’를 검색하면 다음의 나는가수다 무편집 쇼케이스 서비스를 추천합니다. ‘증권정보’를 검색하면 팍스넷의 실시간 증권정보 생방송을 알려줍니다. 개봉하는 영화이름을 치면 영화전문 사이트 맥스무비의 영화페이지가 추천됩니다.

좋은 정보가 있는 곳을 편견없이 추천하는 것이 ‘zum’이 추구하는 검색이고 이렇게 하면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더욱 좋아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 ‘개방’을 통해 ‘zum’이 희망하는 인터넷 생태계의 모습 입니다.

‘zum’의 편리함에 대한 노력은 기존 포털의 ‘대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의 뉴스라이브러리는 1920년 이후 국내 신문들을 디지털화 하여 가치있고 희소성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 줍니다. 다음의 로드뷰는 지도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주었고, 네이트의 판은 우리 10대들이 즐겨찾는 즐거운 놀이터 입니다.

‘zum’이 추구하는 더 편리한 인터넷이란 이런 포털이 가진 장점들을 사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잘 사용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동시에 포털이라는 거대한 옹벽에 가려있던 가치 있는 중소 사이트들을 조명하여 사용자에게 더 넓은 인터넷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알집, 알약처럼 알탱이나 만들던 저희의 도전이 무모하고 거창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편리함’에 대해 끈질기게 집착하고, ‘개방’에 대한 가치를 굳건히 지켜간다면 사용자에게 더욱 편리한 인터넷이라는 저의 각오를, 우리의 생각을 한걸음 한걸음 실천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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